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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화: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초상

    "당신의 신부는 아름답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최고의 초상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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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미술사 교과서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그림으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회화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박물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회화 갤러리에는 스페인 최고의 궁정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그린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있는 방에는 한 어린 공주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이 연달아 전시되어있습니다. 작품 속 공주는 유럽 미술사에서 한 번쯤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로, 스페인의 왕 펠리페 4세와 그의 두 번째 왕비였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계 마리아나 왕비의 첫 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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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합스부르크 가문은 스페인과 오스트리아를 나눠서 통치했습니다. 그들이 축적한 막대한 재산에 대해 다른 가문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같은 가문 사람들끼리 근친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습니다. 작품 속의 다섯 살의 귀여운 공주는 세 살 때 미래의 오스트리아의 황제가 될 그녀의 외삼촌과 결혼하는 것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렇게 공주는 열다섯 살이 되던 해 11살 연상인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여 신성로마제국의 황후가 되었습니다. 혼담이 결정되고 실제 혼인이 있기까지 12년 동안, 스페인의 궁정에서는 미래의 황후가 될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가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표로 벨라스케스가 초상화를 완성하고 나면 붓이 마르기도 전에 바로 비엔나로 초상화를 보냈습니다.

    당시엔 정혼자의 외모를 알 방법은 오직 멀리서 당도한 초상화의 그려진 얼굴 보는 것뿐이었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이성을 소개 받기 전에, 소설미디어 상의 프로필을 보는 것과 같이, 벨라스케스가 그려낸 이 공주의 초상을 상대를 만나지 않은 채로 결혼할 상대의 외양을 가늠하기 위한 용도였던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스페인의 궁정화가들이 그린 스페인 공주의 초상화들은 비엔나 궁정에서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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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결혼 후, 남편과 원만히 지내며 4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연이은 근친혼으로 영향으로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짧았던 삶과는 달리 마르가리타 테레사는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문화 부흥기였던 펠리페 4세 재위 시절에 태어나, 아버지가 총애하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공주의 두 살 때부터, 네 살, 다섯 살, 여덟 살 때 모습을 연이어 그렸을 뿐만 아니라 벨라스케스 사후에도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녀의 생애 전반의 모습이 초상화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을 비롯해 유럽 등지의 미술관에 남게 되었습니다.

    Kunsthistorisches Museum Wien /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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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소장한 벨라스케스의 대표작 “시녀들(Las Meninas)”의 중심에 있는 공주가 바로 이 마르가리타 테레사인데요. “시녀들”에서는 광대와 시녀와 함께 그려진, 다섯 살의 어린 공주가 궁정에서 지내는 풍경을 통해 아직은 결혼하기엔 너무나도 어린 천진난만한 공주의 일상이 드러나는 반면에 공주를 단독으로 그린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의 초상화에서는 같은 어린 공주지만 다소 격식 있게 기품있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담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 속 공주의 드레스의 무늬는 가까이서 볼 때는 형체를 인지하기 어렵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완벽한 무늬를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만의 높은 회화적 완성도가 담긴 붓터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미술사에서 가장 자주 회자되는 어린 왕족의 성장을 담은 궁정 초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작품 “시녀들(Las Meninas)”은 작품 속 거울에 반사된 펠리페 4세와 마리아나 왕비의 모습을 통해, 같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묘사하여 평면 회화의 공간을 확장한 작품으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시녀들”에 나온 드레스와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초상에 나온 드레스가 흡사하고, 제작 연도가 같은 점을 보아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작품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Vienna Imperial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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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두 살, 다섯 살, 여덟 살 때의 유년기 초상화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의 회화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마르가리타 테레사는 15살에 레오폴트 1세에게 시집와 6년간 오스트리아 황실의 정궁인 호프부르크 궁에서 자녀들을 양육하였으며,세상을 떠난 후에는, 비엔나 황실 묘지에 묻혔습니다. 비엔나를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비엔나 황실 관련 장소에서도 스페인의 공주로 시집와 오스트리아의 황후로 살다 간 그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초상”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022년 10월 24일부터 2023년 3월1일까지 개최되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품전인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에서 전시될 예정이니 한국에서도 이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 또한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 신미리 (한국경제신문 사업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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