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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화: 합스부르크에서 피어나, 베르사유의 장미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

    모차르트에게서 청혼 받은 아름다운 소녀의 이야기.

    오늘은 합스부르크의 여인을 그린 대표적인 초상화를 만나봅니다. 첫 편으로 소개해 드린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를 기억하실 겁니다. 숙부인 오스트리아의 레오폴트 1세와 결혼이 정해진 후, 어린 그녀의 성장 과정을 차례로 담은 그림들은 제작되자마자 미래의 시댁인 비엔나 궁정으로 보내졌습니다. 합스부르크가에서는 직계 왕족의 정략결혼이 빈번하였고, 이들의 혼인 이후에도 초상화를 주고받아, 합스부르크가 출신으로 외국에 혼인한 왕족들의 초상화 또한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소장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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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소장품으로는 합스부르크가의 가장 유명한 공주 중 한 명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들 수 있는데요. 마리아 테리지아 여왕의 16명의 자녀 중 막내딸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로이센의 세력을 막기 위해 1765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가 평화조약을 맺게 되면서, 1770년, 프랑스의 왕세자였던 루이 (훗날 루이 16세)와 혼인하고, 15살에 프랑스의 왕세자비가 됩니다. 4년 후, 루이 15세가 서거함에 따라 루이 16세가 왕위를 세습하자, 그녀 또한 프랑스의 왕비가 되었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왕비의 등장으로, 모든 여성 귀족의 선망을 받던 그녀는 베르사유 궁전에 기거하며 당시의 유행을 선도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전쟁을 지원하던 프랑스는 재정문제로 인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게 되고, 이에 어지러워진 민심은 합스부르크 출신의 ‘오스트리아 여자’에게 향하게되죠. 그녀는 대중들부터 차가운 외면을 받았고, 훗날 프랑스 혁명의 발발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사유의 장미’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녀의 기구한 삶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현재까지도 만화, 드라마,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재생산되어 합스부르크가 혹은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궁정 인물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Archduchess Marie Antoinette (1755-1793), Queen of France -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Gemäldegalerie /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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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소개해 드릴 그림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초상화 중 한 점입니다. 1778년에 그려진 이 작품은 프랑스 왕립아카데미의 회원이자,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가장 옆에서 가까이 보필했던 궁정화가, 엘리자베트 루이즈 비제 르브룅(이하 르브룅)의 작품입니다. 벨라스케스, 루벤스, 베로네세, 얀 반다이크 등의 작품을 보유한 합스부르크가 컬렉션에서도 드물게 여성이 그린 그림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르브룅은 화가였던 아버지의 재능을 일찍이 물려받아 뛰어난 실력으로 프랑스 사교계에 진출하였고, 귀족 여성들의 초상화를 주문 제작 받으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르브룅은 스물한 살이 되던 1776년부터 궁정의 일감을 맡게 됩니다. 왕의 동생 프로방스 백작의 초상화로 시작하여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까지 그리게 되었는데, 1779년 스물 네 살의 르브룅은 그녀는 자신과 동갑이었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보고 모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베르사유궁으로 부름을 받고 실제로 왕비를 알현하고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그결과 왕비의 총애를 얻게 된 르브룅은 왕비의 후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왕비, 왕자와 공주의 작품과 당대의 높은 신분들의 귀족들을 그린 작품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Schloss Schönbru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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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브룅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1778년 작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피부결과 살결을 매력적으로 구현했는데, 초상화는 높이만 2.7m에 육박해 그림 속 인물도 실제인물을 보는 듯 합니다, 또한 화가는 왕비의 육중하고 화려한 드레스의 레이스와 옷감의 재질을 하나하나에 광택을 더해 재현한 것이 일품입니다. 거기에 프랑스의 왕비임을 알리듯, 꽃병 뒤로 왕관을 배치해두었고, 왕비의 손에 장미 하나를 더해, 기존의 초상화보다 더 부드럽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미하였습니다. 당시 여러 화가들이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을 남겼지만, 르브룅의 초상화만이 독자적인 스타일이 평가받아 현재까지 앙투아네트를 잘 표현한 대표 초상화로 기억됩니다.

    이 그림은 1778년에 그려져, 23살의 마리 앙투아네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비엔나에 있는 오빠 요제프 2세에게 보내진 이 그림은 오빠보다도, 아마 15살에 시집간 딸을 그리워하고 있을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보내지기 위해 그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이 초상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죠.

    네 멋진 초상은 너무 귀엽구나. 리뉴 왕자도 똑 닮았다고 하더라.

    아무튼 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P 52, 피에르 드 놀라크, 비제 르브룅: 베르사유의 화가, 미술문화, 2012)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왕비가 되기이전, 쇤브룬 궁전에서 성장하였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온갖 귀여움을 받고 자란 그녀는 매력적인 공주로 기억됩니다. 한 가지 잘 알려진 일화는 6살이던 모차르트가 쇤브룬 궁을 방문해 연주회를 마치고 자기보다 한 살 많았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결혼하게 해달라고 테레지아 여왕에게 요청했다는 일화인데요. 그처럼 어린 소년에 비친 공주가 얼마나 매력적이었을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Melk Abbey / Stift Me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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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폭 속 모습처럼 본명인 ‘마리아 안토니아’ 대공이라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호칭보다도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가장 화려한 왕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평화를 위해 시집와 결국 혁명의 이슬로 사라진, 18세기의 화제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된 이 초상화를 통해 그녀가 합스부르크가의 출신이었음을, 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그려지고 보내진 초상화의 주인공임을, 즉 ‘왕비’이기 앞서 누군가에겐 사랑스럽고, 그리운 딸임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비엔나에서 어린 나이에 시집간 공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 마리 앙투아네트가 성장하고 유년기를 보낸 쇤브룬 궁전을 방문해보실 수 있으며, 이 곳에서 모차르트의 청혼을 받았다는 것 또한 생각해보면 더 재미난 방문을 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에 등재된 비엔나 근교 바하우 지역에 자리한 멜크 수도원 또한 어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로 시집 갈 당시에, 쇤브룬 궁전에서 출발한 그녀는 이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시집가는 공주는 어떤 마음으로 잠들었을지 상상해보시면 흥미로운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read for break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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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 어린 공주는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던 초승달 모양의 킵펠(Kipferl)이라는 오스트리아 빵을 그리워해, 프랑스로 시집간 이후에도 킵펠의 레시피를 그대로 빵을 만든 것이 지금의 크루아상이 되었다는 풍문이 전해져오기도 하는데요. 앙투아네트가 사랑했다는 킵펠을 비엔나의 제빵집에서 시식해 보는건 어떨까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의 선별된 보물 96점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용산에서 개최되고 있으니, 베르사유의 궁정화가 엘리자베트 루이제 비제 르브룅의 걸작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현장에서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 신미리 (한국경제신문 사업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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