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벽한 유토피아 - 우주를 담은 궁전
한스 울리히 폰 에겐베르크(Hans Ulrich von Eggenberg, 1568-1634) 대공은 1625년 궁정고문으로 등용되면서 성을 축조하기 위해 밀라노 근교에서 활동하던 건축가 조반니 피에트로 드 포미스(Giovanni Pietro de Pomis)를 불러들입니다. 자신이 거처하는 성에 만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유토피아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지요. 우주의 모든 지식과 요소들, 우주의 영험한 힘을 담은 상징적인 세계 말입니다.
정방형에 가까운 성은 주위에 가로막는 것이 없기 때문에 햇빛이 온종일 성 전체를 비추는데, 네 곳의 파사드가 한동안 빛을 머금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첨탑에는 마치 거대한 해시계처럼 그림자가 드리워 계절과 시간을 알려주지요. 방들 또한 네 개 시간대(아침, 정오, 저녁, 한밤중)에 맞추어 설계되었습니다. 성의 네 귀퉁이에 솟은 첨탑은 에겐베르크 대공이 종종 출장으로 머물던 스페인 궁정 건축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동서남북과 사계절, 물질의 4대 구성요소(불, 물, 바람, 토양)를 상징하지요.